[사설] 도시·건축 혁신하겠다면 분양가 규제부터 풀어야

입력 2019-03-13 17:59  

서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품격을 대변한다. 서울의 고층 아파트군(群)과 빌딩 숲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 경제의 저력을 상징하지만 닮은꼴 일색이어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그제 “‘성냥갑 아파트’ 건립을 막겠다”며 내놓은 ‘도시·건축 혁신방안’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건축 혁신방안’이 ‘성냥갑 아파트’ 난립 원인을 그냥 놔둔 채 규제를 한층 강화한 것이어서 그나마 남아 있는 민간의 디자인 역량마저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서울시가 재건축 등 민간 아파트 건설사업 전(全) 과정에 개입해 높이와 외관 디자인까지 결정한다면 주택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게 뻔하다. 한층 까다로워지는 관리·감독 탓에 재건축 사업 등이 무더기로 늦어져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닮은꼴 아파트 난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건축·분양가 등의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주민과 건설사들이 초과 개발이익 환수, 임대주택 비율 상향,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쏟아지는 규제 탓에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건물 효율성이 높은 성냥갑 같은 주택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축심의와 분양가 산정까지 일일이 간섭받는 상황에서 관(官)의 개입을 강화한다면 아파트 디자인에서 창의와 혁신이 살아나기 어렵다. ‘성냥갑 아파트’ 탈피가 초대 민선 서울시장인 조순 시장 이래 시의 도시계획 역점 사업이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아파트 디자인 혁신에 나설 의지가 있다면 주택사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도시·건축 혁신방안’을 내놓지 않더라도 서울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건축거장 가우디의 건축물과 같은 혁신적인 디자인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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